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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나를 말한다
꿈꾸는 사진 Vol.2, 비주얼아트센터 보다, 2011년


불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문학과 사진 그 중간 어디서 작가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가?
성지연 작가가 생각하는 문학과 사진의 공통점과 차이점이라면 무엇인가?

작가에게는 각양각색의 공부와 경험은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도 문학도 이런 한 부분이지 않을까 한다. 문학과 사진은 쉽게 소유하며 사용할 수 있는 일상성을 가지고 있다. 방안을 둘러 보면, 달력의 멋진 풍경사진들, 무수한 잡지의 사진들 또한, 책장에 두서없이 꽂혀있는 소설책들, 문학전집 등을 볼 수 있다. 문학과 사진은 눈으로 통해 읽거나 혹은 보거나, 생각하며 느끼는 혹은 느끼며 생각하는 행위를 한다. 문학에는 잠재된 이미지가 잠들어 있다면,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텍스트가 숨겨져 있다. 나는 가끔은 작업에 대해 구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행위의 단어로 나열하기도 한다 - 바라본다. 바느질 한다. 서 있다. 생각한다. 또한 떠오르는 오브제를 단어로 나열해본다 - 바늘, 실, 가위, 초, 밧줄, 돌, 검은 리본.

사진으로 전공을 선회한 목적은 무엇인가? 계기가 있었는지. 인문예술과 시각예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유학 초기에는 프랑스에서 조명디자인을 공부하러왔다.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생각해, 미술대학 1학년으로 들어가서, 데생, 조각, 판화, 사진, 비디오 등 많은 매체들을 다루며 작업을 했다. 그 과정에서 사진이라는 것이 나를 참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나에게 있어서 말로도, 글로도 표현해도 항상 남아있는 소통의 부족함을 사진이라는 이미지는 좀 더 명료하게 내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끄집어 내 주었다. 이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때 가장 자신의 목소리를 잘 표현한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차원의 것이다.

상당히 연극적인 또는 조소와 같은 사진이다. 무언극과 같은 느낌이다.
연출은 어떠한 목적과 의도아래 진행되었는가? 이와 같은 인물사진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연극이 가진 간결한 공간 연출과 상징성을 좋아한다. 최소한의 선 하나로 바다의 수평선을 표현하는 연극 무대가 얼마나 멋진가? 또한, 그 바다의 수평선은 이내 장소를 바꿔 실내공간의 바닥과 벽을 만들어 준다. 이런 부분에서 나의 사진은 연극적일 수 있다. 내 사진 속 인물들의 정적인 포즈는 정물화 (Nature morte)와 같거나, 혹은 조각상과도 비슷하다.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얻기까지 수없이 사진 속 인물들의 자세를 흙으로 조각을 빚듯이 만지고 다듬는다. 이런 작업방식으로 내 사진은 조소적일 수도 있다. 인간이 가진 주관적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조각가의 손으로 빚듯 사진작업을 하게 되었다. 또한, 인간의 내면의 동적인 것을 찾는 과정에서 외면의 고요함을 강조하게 되었다.

사진 외의 영상이라든지 조각이라든지 다른 매체를 활용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확장의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한 작업의 맥락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시간의 부동성, 개인적 역사성, 개인적 경험의 기억, 그리고 존재성 등등, 롤랑 바르뜨의 사진에 대한 사랑처럼 사진의 힘은 나에게는 늘 매력적이다. 고정된 이미지는 (L'image immobile) 물리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마주 보는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작업 주제에 필요하다면, 다른 매체와의 접목을 시도할 생각이다.

배경이 대체로 회색과 같은 무채색 계열이다. 또한 사진의 주인공들도 어떠한 극적인 장치 없이
어중간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같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러한 동작들을 택한 어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배경으로 주로 등장하는 회색 혹은 검은색 등의 무채색은 극적이지 않으면서 정적이며 사색적인 공간을 상징한다. 비현실적인 공간이면서도, 낯설지 않은 공간이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프레임이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닫혀져 있지만, 사진 속 인물들에게는 무한히 열려진 공간이다. 비워 있는 공간은 변화 가능성이 다분한 인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사진 속 인물들의 태도는 어중간하지 않다. 그들이 행하는 행위들은 결과가 아닌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그들의 익숙하지만, 낯선 그리고, 알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의미의 행위들을 통해, 사이에 대해, 경계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싶다.

대상들의 시선과 동작에서 보여주는 느낌이 상당히 일관적이다. 하나같이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델들을 작가로 봐도 좋은가? 그들의 무의미한 일상의 동작과 시선이 의미하는 바가 궁금하다.

그들은 작가인 나의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고, 그 작품들 앞에 서 있는 관객들의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거울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바느질을 한다든지, 머리에 돌을 얻고 있다든지, 가면을 쓴 채 거울을 바라본다든지, 이 모든 행위들은 특별하지도 시선을 압도하지도 않은 동작들이다. 그러나, 이런 평범한 일상성의 의미는 어느 순간 혼란스러워 진다.

프랑스로 유학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프랑스와 한국에서 예술에 대한 교육방식과 인식은 어떠한가?
그리고 거기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작가와 그 이유를 말해 달라.

사진 전공을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결정하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랑스 사진에 영향을 받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없다. 오히려 아주 개인적 성향에 이끌려서이다. 대학 3학년 재학 시절, 수업시간에 듣고 배우던 프랑스 문화를 직접 느끼고 싶어서, 파리에서 짧은 체류를 할 기회가 있었다. 미술과 학생들 중심으로 관람하는 전시장에 익숙한 나는 이곳 프랑스에서 작품 앞에서 머리를 맞대며 이야기 나누는 노부부, 휠체어에 탄 채, 작품 감상에 푹 빠진 장애인등으로 활기찬 전시공간에서 프랑스의 일반인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나의 눈을 확 뜨게 했다. 유학 초기에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프랑스 교육방식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유 토론 형식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었다. 어떤 특정한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기 보다는 다양한 작품 앞에서 깊은 마음의 울림과 흐느낌을 느낀다. “아 ! 참 가슴 저리며 아름답다 그래서 행복하다.” 사진 작품뿐 아니라, 회화, 텍스트, 영화, 음악 등에서 영향을 받는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과 계획아래 작업이 진행되었을 것 같다.
작업은 보통 어떤 방식을 통해서 진행되는가? 촬영기획과 모델 섭외 과정 등에 대해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 나의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주제에 대한 고민은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시작되는데, 동시에 이런 이미지들은 형용사적 감정으로 다가온다. 무엇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는 그런 감정들.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조용하지만 시끄러운, 평화롭지만 불편한. 또한, 나의 주변을 꼭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관찰한다. 전철 안에서, 까페에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그 단편적 삶을 하나의 이야기 실마리로 잡고 그 앞 뒤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이런 작은 경험과 기억들이 작업화 되어간다. 작업의 컨셉이 구체화되면, 그 느낌에 맞는 모델을 섭외한다. 때로는 모델을 보며, 작업의 컨셉이 정해질 때도 있다.

모델의 표정과 모습이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는 것 같다. 모델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기준이 있는가.
초기 작업 때는 학교 스튜디오에서 가장 가깝게 있는 학교 친구들을 중심으로 작업을 했다. 사진과 학생들, 조형 예술과 학생들. 같은 예술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작업을 하다 보니, 모델 선택에 있어 너무 쉬운 방법이 아닌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또한, 같은 인물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을 촬영하고 싶었다. 사진을 낯설어하는 사람들과 작업을 하고 싶었다. 나와는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과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고 있다. 대부분의 모델이 전문 사진 모델이 아닌, 일반인이고 현대 무용가, 변호사, 마리오네트 연출가, 루브르 박물관 안내원등의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사진을 찍기 전, 나는 모델들과 여러 번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에서 왔는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프랑스의 삶과 한국의 삶을 비교하며 이야기해달라던 모델들은 어느 새, 실연의 상처를 드러내기도 하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재미있는 점이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원래는 사진 찍히기를 정말 싫어한다고 한다. 사진이라는 것은 너무나 어색하며, 그 셔터 누르기까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싫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의 작업 경험을 즐거워 한다.

작품을 소개하는데 있어서 인물사진이라기보다 인물사진과 같은 것 이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말하고자 하는바가 인물이 아니라면 작가가 각각의 인물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내 사진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요소 중에 한가지는 분명히 인물 즉 인간에 대한 것이다. 인물사진과 같은 것이라고 표현한 것은, 찍히는 대상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려고 하는 Portrait, 즉 초상 사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내 사진에서의 인물들은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내가 만들어 낸 작은 시나리오의 인물들을 연기한 모델들이다. 모델들은 그 가공의 인물과 닮을 수도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아니면,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속에서 그들을 닮아 가거나 흉내를 낼 수도 있다. 모델들은 작업 후 완성된 사진들을 보면서 자신들도 몰랐던 그들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면서 놀라워한다.

사진예술을 공부하기위해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사진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 가고 있다.
현재 몸을 담고 있는 프랑스 현대 예술 사진의 흐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달라.

유럽의 다른 나라들, 핀란드의 헬싱키 스쿨, 독일의 뒤셀도르프, 스위스의 베베이 등 특정 사진학교 중심으로 나라별 현대 사진의 경향을 구분하는 것이 프랑스에는 특별히 없는 것 같다. 한때, 프랑스 아를르 국립사진학교의 분위기가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프랑스 현대 사진을 규정하려는 움직임 보다는, 현대 사진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연구가 더 많은 듯 하다. 예술사진이라는 표현도 구분하여 쓰진 않는다. 다만, 포토그래퍼와 아티스트라는 명칭을 작가 스스로 구분하며 명한다. 디지털 사진상 (Prix Arcimboldo)을 중심으로 디지털 사진의 발전과 함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적 미학을 기리는 르포다쥬 사진상 (Prix HCB)으로 지속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의 계승등은 프랑스 현대 사진의 다양성을 볼 수 있다.

국내로 돌아와서 활동할 계획은 없는가. 향후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기회가 닿는 대로 한국에서도 작업을 할 예정이다. 현재 계속해서 사진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 4월에 이곳 파리 근교 크레테이유의 현대 예술 센터에서 프랑스 작가와의 이인전을 준비하고 있다.